20평대라고 해서 집 전체를 한 덩어리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집일수록 벽을 다 없애야 넓어진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하면 현관에서부터 침실 문까지 모든 것이 한 번에 보입니다. 넓어 보이는 대신 정리할 여지가 사라집니다.
거실과 주방의 동선을 나누고 복도를 새로 만들어 공간을 분리했습니다. 현관에서 집 안이 곧바로 들여다보이지 않게 되면서 프라이버시가 생겼고, 거실과 주방이 각각 다른 공간으로 읽히도록 했습니다. 좁은 집은 나누면 더 좁아 보인다고들 하지만,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공간마다 다른 분위기가 생기고 오히려 집이 넓게 느껴집니다.
새로 만든 벽은 막는 역할에서 끝내지 않았습니다. 벽의 끝과 두께를 이용해 오픈선반을 처음부터 계획해 넣었습니다. 벽을 세우면 반드시 두께가 생기는데, 그 두께를 수납과 디스플레이로 쓰면 벽 하나가 두 가지 일을 합니다.
식탁은 확장한 베란다 쪽으로 옮겼습니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 식탁이 끼어 있으면 두 공간이 계속 겹쳐 보입니다. 창가로 내보내면서 공용 공간의 가구 배치와 동선이 정돈됐습니다.
마감은 톤을 하나로 묶는 데 집중했습니다. 바닥은 인쇼마루 플랫 그레이로 잡고, 벽면 필름까지 같은 색으로 맞춰 톤앤매너를 통일했습니다. 벽지는 LX 디아망으로 고르고 몰딩과 걸레받이를 없앴습니다. 눈에 걸리는 선이 줄어들수록 좁은 집은 정돈되어 보입니다.
공사가 끝난 뒤 다른 층에서 누수가 생긴 일이 있었습니다. 준공 이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확인부터 마무리까지 저희가 맡아 정리해드렸습니다. 준공했다고 손을 떼면, 결국 그 집에 사는 분이 혼자 감당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