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원하는 핵심은 단순히 큰 아일랜드가 아니었습니다. 주방 앞에 섰을 때 주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바다로 시선이 이어지는 배치였습니다. 그래서 아일랜드 길이를 먼저 줄이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답을 먼저 정하지 않고 건축도면부터 확인했습니다. 현장에서 눈으로 보는 것과 도면에 적힌 실제 치수는 다를 때가 있습니다. 벽체 두께, 설비 배관이 지나가는 위치, 창호 프레임이 차지하는 폭까지 도면에서 확인해야 실제로 쓸 수 있는 길이가 나옵니다.
여기에 사람이 지나다닐 통로 폭을 빼고 계산해보니 아일랜드를 3,200mm까지 뽑을 수 있었습니다. 원하시던 대면형 배치를 그대로 두면서, 길이도 줄이지 않아도 되는 수치였습니다. 이 결과를 도면과 함께 보여드렸고 바로 수락하셨습니다.
다만 숫자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 아일랜드를 두려면 설비가 걸렸고, 실제로 배관을 이동시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배관을 이동한 뒤에도 조리 동선이 꼬이지 않도록 싱크와 인덕션, 통로의 관계를 다시 맞췄습니다. 3,200mm는 결과이고, 실제 작업은 그 길이를 확보하면서 고객이 원했던 방향과 동선을 함께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저희가 다른 답을 드릴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기술 때문이 아닙니다. 원하는 배치를 포기하기 전에 도면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치수를 먼저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마감은 깔끔하고 미니멀한 분위기를 원하셔서 오크 우드와 아이보리 톤으로 잡았습니다. 색을 여러 개 쓰면 73평이라는 면적에서 오히려 산만해집니다. 두 가지 톤으로 집 전체를 이어 바다 풍경이 가장 강한 색이 되도록 두었습니다.
지금 이 집은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서면 3,200mm 아일랜드 너머로 바다가 보입니다.